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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27일 역사적인 선언을 하였다잭슨홀 컨퍼런스 연설을 통해 평균물가목표제(AIT)를 실시하겠다고 공식화한 것이다.

     

    지난 2012년 처음 채택된 연준의 통화정책의 청사진은 중기 물가 목표제였으며 20121월 이후 중기 물가목표치를 2%로 제시해왔다. 평균물가목표제로 바뀌면 장기적으로 평균 2%의 물가상승률 달성을 목표로 삼고 일정 기간에는 목표치 이상의 인플레이션을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근원소비자물가상승률, 전년동월대비

     

    고물가 대응 위해 선제적 금리 인상을 해온 30년 넘은 관행의 종료

     

    이것은 고물가를 피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려온 연준의 30년 넘은 관행을 깨뜨리는 새로운 전략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2%에 한참 못 미치고 있으므로 연준은 향후 오랜 기간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달러화와 미국의 주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다.

     

    그러면 연준은 왜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일까? 이것을 알려면 미연준의 통화정책과 고용 및 물가의 관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연준은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고 실물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제로금리와 세 차례에 걸쳐 단행된 양적완화를 통해 무려 7년간 저금리를 유지하였다. 그 덕분에 금융시장의 경색이 완화되고 실물경기가 회복되면서 2014년 말부터는 실업률이 완전고용수준에 근접하는 6%이하로 하락한 후 코로나 사태 직전인 올해 2월에 사상최저 수준인 3.4%를 기록하며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기업의 이익이 급증하였고 주가는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미국의 실업률 추이

     

    필립스곡선이 현실에서 맞지 않는 데 따른 연준의 고충

     

    그러나 연준은 난감한 상황에 부딪혔다. 고용과 물가의 반비례를 설명해오던 `필립스곡선`이 들어맞지 않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물가가 별로 오르지 않았다. 연준이 물가동향의 기준으로 삼는 근원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1년에 1.0% 밑으로 내려갔다가 2012년에 2.3%으로 올라간 후 하락세를 타 2015년에는 1.6%로 바닥을 친 후 코로나 사태 직전인 올해 2월에 2.4%를 기록하였다. 물가는 대체로 2.0% 전후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기준금리는 2016년에 가서야 인상되기 시작되어 제로금리에서 2019년 초에 2.50% 까지 인상되었다. 양적완화로 풀린 과도한 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금리를 올렸지만 경기과열과 물가불안을 우려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했던 과거의 패턴과는 달랐다. 그만큼 고용호황이 지속되는 가운데도 물가는 상당히 안정되었던 것이다.

     

    미국 기준금리 추이

     

    필립스곡선이 들어맞지 않게 된 것은 세계 경제의 구조적 변화 때문이다. 낮은 실업률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역의 관계를 보인다고 주장한 경제학자 윌리엄 필립스의 연구는 노동조합이 강하며 완전폐쇄 경제시스템에서 입증된 것이다. 1960년대와 70년에 노조가 강할 때는 실업률이 하락하면 임금과 물가가 자연스레 오르는 조건이었다. 1980년대 들어 노조의 조직률이 약화되고 경제 세계화가 진행돼 노동력과 재화, 서비스 가격이 저렴해졌고, 기술 혁신과 온라인마켓팅에 의한 치열한 경쟁 등으로 많은 재화 가격이 하락해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르지 않게 된 것이다.

     

    고용과 인플레이션의 관계를 정의한 필립스 곡선과의 결별 선언

     

    미국의 금융인이자 경제언론인인 론 인사나는 27CNBC에 올린 '연준의 필립스 곡선 포기가 시장에 주는 의미'라는 글에서 파월 연준 의장의 잭슨홀 연설이 고용과 인플레이션의 연관관계를 정의한 필립스 곡선과의 결별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인사나는 이러한 연준의 인식이 늦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연준은 왜 코로나사태를 맞고 나서야 필립스 곡선과의 결별을 선언한 것일까연준은 1929년 대공황 ,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를 살리기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였다. 기준금리를 0%로 인하하고 회사채매입 등 20여 가지가 넘는 정책을 쏟아내면서 3조 달러에 달하는 자산매입으로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여기에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이 4차에 걸친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키면서 경제는 바닥을 다지면서 회복기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초저금리와 대규모 자금공급에 뉴욕증시의 주가 지수들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집값도 이전 고점을 넘어서기 시작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열린 네 차례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현재의 통화정책을 오는 2022년까지 유지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하면서 경제주체들을 안심시켰다.

     

    평균물가목표제 실시는 물가 보다 고용이 우선 의미

     

    그러나 실물경제의 회복세를 뒷받침하는 실업률은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코로나 대확산으로 경제봉쇄가 단행된 지난 414.7%로 치솟았던 실업률은 점차 하락하고 있으나 7월에 10.2%를 기록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 사태 전후 실업률 추이

     

    반면 막대한 유동성이 풀리고 경기회복의 기미가 조금씩 보이면서 물가는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7월에는 소비자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1.0%를 기록, 5월의 1.0%, 6월의 0.6%에서 크게 올랐다. 생산자 물가상승률(전년 동월 대비)7월에 마이너스 0.4%를 기록, 4월의 마이너스 1.2%, 5~6월의 마이너스 0.8%에서 상당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자물가의 선행지표인 도매물가는 추가 물가상승을 암시하고 있다. 731FOMC 의사록은 `과잉유동성`이라는 문구를 처음 사용하여 시장에 충격을 주었다. 연준이 돈줄을 죌 지 모른다는 의구심을 갖게 한 것이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년동월대비

     

    미국의 생산자물가상승률, 전년동월대비

     

    연준의 정책목표는 `완전고용``물가안정`이다. 물가는 아직 2.0%에 크게 못 미치고 있지만 고용상황을 나타내는 실업률은 10% 이상의 부진한 상황이라 지금은 물가보다는 고용에 무게를 둘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연준으로서는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으로 까지 하락할 때까지는 물가상승률이 2.0%를 넘어 상당 기간 지속되더라도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것이 코로나 위기를 맞아 연준이 평균물가목표제 실시를 공식화 한 배경이다.

     

    저금리의 초장기화로 달러 약세 주가에는 긍정적 영향

     

    파월 연준 의장은 사실상 저금리의 초장기화 (lower for ultra-longer)’를 공식화했다. 9FOMC에서 제시되는 2023년 기준금리 전망은 저금리를 오랫동안 유지하겠다는 사실상의 포워드 가이던스 역할을 할 것이다. 미연준의 저금리의 초장기화는 달러약세기조의 지속을 의미한다. 이는 상대적으로 금의 가치를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미 예상됐던 조치인 만큼 당분간 금값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

     

    미달러인덱스

    향후 2% 수준을 넘어서는 물가에도 연준의 금리인상 등 통화정책 정상화를 서둘지 않겠다고 함에 따라 연방금리를 중심으로 단기금리를 안정시키는 통화 완화정책 기조는 유지될 전망이다. 이는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중장기 금리는 향후 유발될 수 있는 인플레이션 여건을 감안해 추가적인 상승압력이 남아있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미국 채권시장은 커브 스티프닝(장기금리가 더 가파르게 많이 오르는 현상) 압력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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