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이 가장 많이 지출된 곳은 먹거리의 의미

코로나 사태가 발발하자 주요국은 앞다퉈 '재난 지원금'을 각 가정에 지급하였는데 그 사용처는 국가별로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TV

 

중앙일보가 지난 19일 보도한 “재난지원금 뭐 했나···韓은 소고기 사먹고 美는 풀장 지었다”는 제목의 기사는 재난지원금을 미국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생활 개선 용도로 많이 사용되나 우리나라에서는 생필품 구입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수영장을 설치하거나 자쿠지(욕조)를 들이는 등 집 인테리어를 바꾸는 게 유행이고, 영국은 홈 바를 즐기려는 수요가 높아졌고 향초를 사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는 선진국의 경우 재난지원금이 오락 문화 지출에 많이 소요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의 경우 재택근무를 위한 홈오피스를 구축하는 지출이 늘어났는데 이는 코로나 상황에서 일자리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투자의 하나로 볼 수 있다. 일본에서는 마스크에 가려지는 입 대신 눈을 강조하는 화장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난 것은 다소 사치재적인 성격이 있는 상품 구입에 돈이 몰리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에 한국에서는 재난지원금이 가장 많이 쓰인 곳은 ‘먹거리’였다. 행정안전부 조사 결과, 음식점, 마트·식료품, 병원·약국순으로 사용처가 많았다. 문화·교육 분야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다. 5월 첫째 주 대비 넷째 주의 매출액 증가율은 안경(66.2%), 병원·약국(63.8%), 학원(37.9%), 서점(34.9%), 헬스·이미용(29.4%)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의식주 중에서 미국 영국은 주로 ‘주(住)’에 많은 돈이 지출되었으나 한국은 ‘식(食)’에 재난지원금이 많이 지출된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일단 코로나 재난으로 경제가 침체되어 먹고 살기 힘든 상황에서 먹는 것을 사는데 재난지원금을 많이 사용한 것은 자연스러운 측면이 있다.

 

국민들의 식생활을 개선시켜주면 민생이 안정되고 식당이나 식재료 마트 등의 자영업자들의 매출을 회복시켜 서민경제 회복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은 이미 확인되고 있다.

 

높은 엥겔지수와 음식료품 구입비중의 상관관계

 

우리나라에서 재난지원금이 음식료품 구입비에 많이 사용된 것은 엥겔지수로도 설명할 수 있다. 가계 지출액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엥겔지수라고 하는데 국가의 부의 척도로 사용된다. 엥겔지수가 낮을수록 더 잘사는 나라로 볼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가계의 소득수준이 높기 때문에 식료품의 비중이 줄어드나 개도국은 그 반대이다.

 

우리나라에서 재난지원금이 음식과 식료품 지출에 집중된 것은 미국과 영국, 일본 등의 선진국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작으므로 엥겔지수가 상대적 높아서 그렇다고 풀이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재난지원금 효과는 엥겔지수가 높은 저소득층일수록 더 효과가 클 가능성이 높다. 먹고살기 힘든 저소득층은 재난지원금을 받아 음식료품 구입에 먼저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소비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개선을 병행해야

 

그러나 재난지원금 효과가 전체 경기를 살리는 데 기여하는 효과를 따지면 음식료품 지출비중 높은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미국과 영국, 일본처럼 음식료품만이 아니라 오락 문화 지출에도 골고루 재난지원금이 사용되면 전체 소비를 부양하는데 더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의 경제규모에 비해 농산물 가격이 높은 편에 속하여 식료품 지출 비중이 높아진 탓이 크므로 민생안정을 위해서는 농산물 가격을 낮추는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반짝 회복세를 보이던 자영업자의 매출이 다시 원위치로 돌아가고 있다. 1차 재난지원금으로 상당한 소비회복 효과를 본 덕분인지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나라의 빚을 늘여 무작정 돈을 풀 수만은 없다. 만일 2차 재난지원금이 시행된다면 소비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제도적 개선을 병행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