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 민스키 모멘트 올 수 있나?

사상 최고치 기록을 경신했던 뉴욕 증시가 폭락장으로 돌변했다.  뉴욕 증시에서는 3일(현지시간) 3대 지수인 다우·나스닥·스탠더드앤푸어스(S&P)500 지수가 2~5% 하락했다. 애플, 테슬라,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가장 크게 상승했던 IT종목들이 크게 부진했다.

 

뉴욕 주가 급락이 주는 민스키 모멘트 경고

 

세계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사람들이 만나거나 모여서 활동하기 힘들어 경제활동이 축소됨에 따라 실물경제는 크게 위축되고 있다. 반면 증시에는 돈이 몰려들어 주가를 끌어올려왔다. 각국 정부가 코로나 불황 대책으로 금리를 내리고 재정지출을 확대하여 막대한 유동성을 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요국의 주가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상승 행진을 벌여왔다. 실물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주가가 코로나 이전 수준을 넘어서자 거품경계론이 울렸지만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뉴스가 등장했다. 미연준이 8월말에 평균물가목표제를 채택하며 초장기 저금리를 공식화한 것이다. 

 

그러던 차에 잘나가던 뉴욕주가가 갑자기 급락세로 돌변하자 증시가 '민스키 모멘트'에 직면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주가가 20~30% 급락하고, 지난 3월 코로나19 사태 당시 경험했던 저점 밑으로 추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뉴욕증권거래소 풍경. 자료: KBS 뉴스 영상  

 

빚투증가에 따른 약세장 투매가 민스키 모멘트의 시작

 

민스키 모멘트(Minsky Moment)는 미국 경제학자인 하이먼 민스키(1919~1996)가 주장한 이론이다. 증시 상승세가 지속되고 신고가를 경신하면 리스크 관리가 약화되어 큰 돈을 벌 욕심으로 빚을 내어 주식을 사게 된다. 그러다 주가가 하락세로 반전하면 손실을 보게 될 것을 우려 하여 주식을 앞 다퉈 매도한다. 다수가 같은 생각을 하면 투매가 일어난다. 이 순간이 바로 ‘민스키 모멘트’이다.

 

이는 지속불가능한 강세장 이후 갑자기 증시가 붕괴하는 것을 뜻한다. 요즘처럼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유동성이 넘치는 상황 속에서 특히 위험하다. 과도한 부채에 의존하는 투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3일 뉴욕증시가 갑자기 하락하였다고 민스키 모멘트라고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볼 수는 있다. 과도한 상승세에 따른 일시적인 조정국면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증시 격언을 잊지 말아야 한다. 큰 폭의 조정국면이 오면 민스키 모멘트가 와서 그렇게 되었다는 해석이 붙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증시 사상 최대 빚투의 위험성 경계해야

 

국내 증시에서는 코로나사태로 계기로 개인투자자 군단인 이른바 ‘동학개미’들이 등장하면서 주식 예탁금 규모가 2020년 1월 2일 기준 29조 8559억 원 규모에서 9월 1일 현재 54조 7천억 원을 상회하여 사상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주식예탁금 중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8조 2천억 원에 이르고 있다. 신용융자 잔고란 개인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소위 “빚투”를 의미한다. 빚투 역시 사상 최대를 기록하고 있다.

 

뉴욕주가의 급락과 함께 국내증시는 4일 1.15% 하락하였다. 국내증시가 의외로 하락폭이 적었던 것은 뉴딜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데다 동학개미들이 외국인 매물을 소화한 덕분이다. 문재인 정부는 부동산에 쏠린 유동자금을 증시로 돌리기 위해 주식양도 차익에 대한 양도세 축소, 공매도금지 6개월 기간연장 등 동학개미들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고 뉴딜펀드로 증시유입자금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 이는 향후 코스피지수의 상승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실물경제는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데 유동성의 힘으로 주가를 끌어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빚투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어 국내증시에서 어느날 갑자기 민스키 모멘트가 올 수도 있다. 이 경우 빚투 개인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될 수 있다. 투자판단은 개인의 책임이다. 과도한 빚투는 자제해야 한다. 빚투를 하면서 추격매수를 하는 것은 특히 피해야 한다. 조정국면을 기다려 매수하는 것이 주식 투자의 기본 원칙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