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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해외여행을 가지 못했던 2020년 봄에 모여행사가 해외여행상품을 예약 판매했다. 코로나 이후 해외여행이 재개될 경우 저렴한 가격으로 여행할 수 있는 상품이었다. 계약금은 1만원. 코로나로 못간 아내의 환갑기념여행이기도 했다. 아내와 같이 2022년 11월에 출발하는 12박 13일 동유럽5개국 여행 상품을 예약했다. 2022년에 코로나 방역규제가 완화되어 해외여행의 문이 열렸으나 최소 출발 인원 20인을 채우지 못해 동유럽 상품은 취소되어 버렸다. 아내는 대안을 찾았다. 그곳이 튀르키예였다.
인천국제공항 출국 수속
코로나 전인 2019년 11월 베트남 여행 이후 3년여 만에 부부가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졌지만 추위도 별로 못 느꼈다. 여행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뜨겁게 하는 것 같다. 이스탄불행 아시아나 여객기 출발 시간이 오전 9시30분인데 3시간 전에 공항에 나오라고 해 새벽 4시 40분경 집 앞에서 공항리무진을 타니 우리 부부 포함 5명이 모두였고 정거장마다 사람들이 승차하였으나 전체 좌석의 3분의 1 정도만 채워졌다. 3년 전 베트남 여행 때 새벽 공항버스가 거의 만석이었던 것을 생각하니 격세지감이었다. 아직 코로나의 한파가 채 가시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인천공항 청사의 분위기는 좀 달랐다. 이른 시간이지만 여행객들로 제법 붐비고 있었고, 한창 때의 30% 정도는 회복된 것 같았다. 여행사의 공항 안내테이블로 가서 여행안내책과 여행키트를 받았다. 기분이 더욱 업된 것은, 여행사에서 준비한 특별선물이었다. 코로나로 어려운 시기에 예약을 하고 오래 기다려온 고객을 위해 정성스레 준비한 블루투스 이어폰과 행운의 7달러가 든 달라 북을 받으니 출발 전부터 여행기분과 감사함이 더욱 커졌다.
수하물을 부친 후, 스마트폰으로 발송된 탑승권(보딩패스)을 보여 주고 출국장에 들어가 보안검사와 출국신고를 하였는데 요즘은 어린이와 노약자, 지문식별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여행자들이 자동출국신고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인천공항이 세계 공항 중 가장 출국수속 시간이 짧은 공항이 된 모양이다.
출국수속을 마치니 바로 면세점이 입주한 탑승동이었다. 코로나 전에는 이곳이 장터에 온 듯한 분위기였는데 아직 식당가와 카페들이 있는 2층은 영업을 못하고 있는지 캄캄하고 썰렁했다. 아내는 면세점에서 상품들을 둘러보았으나 사지는 않았다. 해외직구나 온라인을 통한 구입에 비해 별로 면세점의 메리트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했다. 여행객수는 많이 회복되었으나 면세점의 매출 회복은 매우 더디다고 한다.
그럼에도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 기간 중에 시행해 온 면세점 임대료 할인혜택을 2023년부터 중단하겠다고 하여 원성을 샀다고 한다. 공사측도 코로나 기간의 감면혜택으로 인해 수입원이 감소하여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양측의 입장차가 잘 조율되어 원만히 해결되길 바라지만 해외여행객 수가 늘어나야 궁극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다. 잘 하면 2023년 하반기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와 다행스럽다.
출국게이트에 가서 탑승까지 스마트폰을 충전하며 기다렸다. 아내는 시드니에서 온 경유여객으로 우리와 같은 비행기를 타는 튀르키예 20대 여성과 대화를 하면서 튀르키예에서 가볼 만한 곳에 대해 소개를 받았다. 선택 관광이 많은 데 그중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이 어딘지도 물었다. 외국인이 서울을 여행할 때 가볼 만한 곳은 서울시민이 더 잘 아는 것과 같은 이치다.
튀르키예로 가는 항로
9시 35분 이스탄불행 아시아나 여객기는 오전 10시경 이륙했고 인천 상공을 벗어나 서해 쪽으로 항로를 잡았다. 산둥반도의 웨이하이웨이를 거쳐 수도 베이징의 관문인 텐진을 내려다보며 통과했다. 베이징 북단을 거쳐 신장 위구르를 지날 때 눈 덮인 텐샨 산맥이 보였다. 이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상공을 지나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 인근을 통과했다.
바쿠는 세계적 유전지대로, 2차 대전 때 소련을 침공한 나치 독일은 1942년에 극심한 석유부족에 시달리자 군대를 남하시켜 바쿠유전을 점령할 계획을 시도했으나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패배하면서 무산되었다. 바쿠유전은 150여년 동안 채굴하여 현재는 빠르게 고갈되어 가고 있다고 한다. 가는 동안 두 번의 기내식이 나왔는데 먹을 만했고, 간식으로 나온 맛있는 피자빵은 요즘 인기 메뉴라고 한다.
바쿠 상공을 지난 여객기는 카스피해의 푸른 바다 위를 날아 튀르키예 영공으로 들어섰고 이어 이스탄불의 거대한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왔다. 날씨가 좀 흐려 선명치않았으나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역사적 도시의 전경을 촬영했다. 현지 시간 오후 3시 40분경 이스탄불 공항에 착륙하였다. 이스탄불 국제공항은 2018년 12월 개항하였으며 기존 관문인 이스탄불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을 대체하기 위해 건설한 신공항으로, 규모가 대단하고 깨끗하며 아담했으나 호화롭지는 않았다.
이스탄불 국제공항 입국 수속
그날은 입국하는 여행객이 별로 많지 않았으나 원래는 유럽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허브공항이라 이용객이 엄청 많다고 한다. 안내문에서 수하물 찾는 곳(Baggage Reclaim)이 튀르키예어로 바가지 알림(Bagaj Alim)인 것이 좀 특이했다. ‘바가지’는 ‘배기지’에서 나온 것 같고 ‘알림’은 ‘리클레임’(Reclaim)의 의미인 것 같은데 우리말 ‘알림’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형제국이라고 하는 튀르키예의 언어는 우랄 알타이어 계열이며 우리말과 비슷한 것들이 있다고 한다. 짐을 알리는 곳이 수화물 찾는 곳이 될 수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닐까.
공항 내부의 구조나 서비스 시스템 등 여러 면에서 인천국제공항과 닮은 점이 꽤 있는데, 인천공항공사에서 2015년 6월 이스탄불 신공항 운영컨설팅 사업을 수주하여 2020년까지 이스탄불 신공항에 인천공항의 선진 운영기법을 전수하였다고 한다. 특이한 곳은 입국심사장이었다. 심사관에게 이르는 통로를 꼬불꼬불하게 만들어 대량의 인파를 질서 있게 수용하려는 것은 좋으나 그날처럼 입국인이 별로 없는데도 그 꼬불꼬불한 통로를 다 걸어 다니게 하는 것은 배려심 있는 태도가 아닌 것 같았다. 대기인원 수에 맞게 통로의 길이를 단축시키는 운용상의 개선이 있으면 좋겠다.
하긴 이런 불편도 입국심사절차의 신속하고 간단함으로 어느 정도 상쇄되긴 하였다. 코로나 전에 연간 방문 해외여행객이 5천만 명에 달했다는 튀르키예. 관광대국답게 입국심사가 신속하고 편리하였다. 형제의 나라로 불리는 한국민이어서, 아니면 튀르키예 관광의 주요 고객이어서, 아니면 둘 다여서 우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입국서류를 작성하지 않고 입국심사관이 사진촬영을 한 후 여권에 입국방을 찍는 것으로 끝났다. 세관검사도 별도 서류작성 없이 짐을 들고 통과하였다.
입국수속을 밟고 짐을 찾아 출구로 나가니 한국인 현지가이드와 튀르키예인 가이드가 나와 있었다. 함께 여행할 21명이 모두 가이드를 따라 공항 버스터미널로 가서 대형리무진에 올랐다. 오후 5시가 지난 이스탄불 시내는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그곳의 위도가 북위 41도로 37도인 서울보다 많이 높아 낮 시간이 짧았다. 반면 지중해성 기후라 겨울 평균기온이 5~8도로 서울 보다 덜 추웠다. 서울보다 7시간 늦은 시차덕분에 오전 10시부터 12시간 비행기를 타고 왔지만 한밤이 아니고 아직 저녁이라 야간관광을 할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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